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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늘 말하지 않는 그 이상의 것을 말하죠" 김현진 아트앤마인드 대표

 

삶이 힘들 때, 특히 인간관계가 힘들 때 ‘왜 내 마음 같지 않지?’하며 상담심리학에 관심을 가져본 분들 있지 않을까? 모르긴 해도 ‘실제 학문세계에 입문’까지는 아니어도 막연하게나마 ‘심리학’이나 ‘상담심리학’ 혹은 ‘명리학’에까지 관심이 생긴 분들, 적지 않을 것이다. 김현진 아트앤마인드(art'n mind) 대표도 비슷한 경우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원래 불교나 마음공부, 내 몸과 마음에 관심이 많았어요. 학창시절, 많이 우울해하기도 하고 ‘왜 살아야 하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졌죠. 사는 게 불편하고 고단하고... 왜 그리 힘들었는지 모르겠어요.”

대학원 2학기 때 외국으로 유학을 갔다. 탈출구가 필요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 등 몸 쓰는 것에 자신이 있고 무용치료, 동작치료에도 관심이 있었고 무대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무대 디자인은 남성의 일’이라며 ‘귀금속 공예’ 쪽을 권하셨고 ‘타협’적으로 이를 수용했다. 공부를 마치고 당시로서는 흔치않은 유학파 귀금속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숍도 차리고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했다. 열심히 뛰어왔는데 이상하게 ‘별로’였다.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하고 ‘이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주체적으로 살고 있지 못한 것 같았다.

 

드문 유학파 귀금속 디자이너, ‘마음공부’를...사는 게 왜 그리 힘들었는지

 

혼자 시간을 가지며 마음공부를 시작했다. 마침 막 출범한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 2기로 입학했다. ‘회화를 전공하다보니 아무래도 미술이 편하고 익숙해’ 미술치료를 공부하게 됐다. 2002년이었으니까 미술치료학이 정식 학문으로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때였다.

“미술치료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됐어요. 나에 대한 탐색과 심층 연구 없이 누군가 상담하는 건 있을 수 없겠더라고요. 스스로를 성찰하는 게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됐어요.”

‘교육도 재밌었지만 무엇보다 임상에 매력을 느껴 좀 더 치중했다’는 김현진 대표. 석사 과정을 마치자마자 일 벌리는 기질이 발동됐다. ‘치료실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동료들에게 제안을 하고 ‘아트앤마인드’를 열었다. 지금부터 14년 전, 2005년의 일이다.

“덜컥 치료실을 냈지만 아무도 오질 않더라고요.(웃음) 그때부터 각종 교육기관, 백화점 문화센터, 공무원 교육 등을 다 다니기 시작했어요. 아트케어, 힐링아트라는 이름으로 기업교육 쪽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고요. 미술만이 아니라 무용, 영화, 연극 등 통합예술치료를 하면 좋겠다 해서 나름 프로그램 다변화를 꾀하기도 했어요.”

지금도 ‘아트앤마인드’에서는 기업 교육을 많이 한다. 물론, 개인 내담자 상담에도 언제든 문이 열려있다.

 

 

미술전공자에게 더 유리? 잘 그리는 것보다 표현과 창조성의 문제

 

어느새 미술치료, 음악치료라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도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지만, 늘 많이 나오는 질문은 크게 변함이 없다. ‘공부를 하는데 미술, 음악 전공자에게 더 유리한가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꼭 그렇지 않다’이다. 물론, 그림에 또 음악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편한 면이 있을 수 있지만,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비중은 ‘대략 반반쯤 되는 것 같다’는 게 김 대표의 대답이다.

“미술치료는 그림 그리는 것 이상의 것이 필요해요. 잘 그리는 게 아니라 표현과 창조성의 문제예요. 잘 그리는 것보다 도구 사용에 자유로우면 되고 방법을 알면 돼요. 그림을 못 그렸다 해서 그 사람이 가진 건강성이 묻히진 않거든요. 비언어적 이미지로 나의 표현을 확장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내면을 회복시키는 과정이죠.”

도구나 재료에도 구애를 받지 않는다. 티슈박스 하나 가지고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창조성이 중요하고, 빈 봉투도 얼마든지 예술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나뭇가지 하나, 쌀 한 톨도 의미 없는 게 없다. 내담자가 그것을 집는 순간 의미가 된다.

“특히 미술은, 순간적 행해졌다 사라지는 음악, 댄스, 연극과는 달리, 시각적 이미지,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또, 이전 그림을 보면서 변화과정을 파악할 수 있고 또 기록된다는 점이 큰 특징이자 장점 같아요. 내담자-이미지(작품)-치료사라는 3각 구도를 통해 이미지 안에 담겨 있는 것을 해석하고, 구체화 시키고 재정립해 질서를 만들고 하는 것들이 창작과정 속에 있어요.”

 

그림은 거짓말 못해...의식 넘어 무의식 이미지 나와

 

“절대 ‘그냥’은 없어요. 그림을 그릴 때 의식을 넘어 무의식의 이미지가 나와요. 그림은 거짓말을 못해요. 치료자는 함께 하는 동반자의 역할이죠. 끊임없이 미러링을 하고 자기탐색을 돕는 촉진자 같기도 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 내담자는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인생을 재조립하기도 하고요. 좀 구태의연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나에게 떠나는 여행’ 같은 거죠.”

요즘 김현진 대표는 새삼 미술 자체의 힘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고. 일부 ‘치료’라는 용어에 거부감이 있다면, 놀이, 상담, 활동이라는 용어를 쓰더라도 그 속에 심리, 정서, 생각, 상상, 소망, 삶 등이 다 드러나 있는 것 같단다.

“그림은 말하지 않는 그 이상의 것을 늘 말하죠. 그 사람의 정서, 감정, 주요 관심사까지 다 알아볼 수 있는 도구가 되고요.”

 

처음부터 잘못된 씨앗은 없다...부모교육 의무화 했으면

 

임상 상담을 해온 지 어느새 15년이 훌쩍 넘었다. 김현진 대표는 특히 부모와 자녀 관계를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고 이 관계가 달라지지 않으면 참 많이 힘들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부모 자녀 동반 자살’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엄밀히 말하면 ‘자녀 살해 후 부모 자살’이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거예요. 부모와 자녀 구분이 없다는 게 재앙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도 한 개인으로서 존엄과 권리가 있는데 그걸 인정 못 받는 거죠. 결국 사랑, 인정, 관심의 문제인데, 부모의 결핍이 아이를 망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부모가 되려면 무조건 00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한다’ 식으로 부모교육이 의무화 됐으면 좋겠어요. 정말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아트앤마인드’를 찾는 수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보면서 김 대표는 “처음부터 잘못된 씨앗은 없다. 부모의 열등감, 결핍이 아이를 망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단다. ‘부모의 결핍이 아이의 결핍으로 전승’되기에 ‘정서적 보살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원론적 이야기로 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현대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인간성 소멸, 소외,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해졌지만 그만큼 ‘나’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한편으론 ‘이제 막 나를 찾기 시작했는데 내가 없어지는 격변기’를 살고 있지만 ‘삶의 질’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높아진다.

“미술치료, 예술치료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많이 활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꼭 ‘아트앤마인드’가 아니더라도 미술, 예술창작 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찾고 마음을 돌보는 방법들을 찾아나가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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