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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알리는 PR마담' 김도연 PRM 대표

해외 라이선스 공연부터 클래식-국악-대중음악-발레-연극 등 분야 넘나들어

 

PRM, PR마담(Madame)의 약자다. PRM을 이끄는 김도연 대표는 말 그대로 ‘PR하는 여성’이다. 회사명이 딱이다, PR마담.

PRM에서 오는 보도자료는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수준이다. ‘태양의 서커스-쿠자’ ‘푸에르자부르타’ 등 대형 이벤트 자료가 오는가 하면, 갑자기 연극, 무용, 발레, 국악, 클래식 공연 소식이 날아온다. 그런가 싶더니 록 페스티벌, EDM 페스티벌 자료가 속속 도착하고 예술 컨퍼런스 개최 소식도 도착한다. 그야말로, 장르를 넘나들고 대중문화-국악-클래식의 경계도 없다. 화려한 빅 이벤트와 ‘정중동’의 전통 공연이 오버랩 된다. PRM의 이 같은 ‘럭비공’ 행보는, 어떤 현장에서든 밝은 기운, ‘명랑발랄’ 바이러스 ‘뿜뿜’인 김도연 대표의 전공이 의외로(!) ‘작곡’이라는 사실에 깊은 수긍과 ‘어?’ 하는 놀라움이 교차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한양대 작곡과 출신으로 ‘전설’이 된 故 유재하, 작곡가 김형석, 만능 엔터테이너로 각광 받는 정재형 등 ‘엄청난’ 뮤지션들의 직계 후배가 되는 셈이다.

“부모님께서 음악에 굉장한 관심과 조예가 있으셨고, 저 또한 어릴 때 재능을 보였나 봐요. 어찌어찌 작곡과에 입학했는데 헐~ 그 이후의 이야기는 좀 뻔합니다. 하하. 막상 들어가 보니, 어,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네~ 와, ‘넘사벽’들이네. 심지어 현대음악을 했었어요. 맨날 놀러 다니고 술 마시고, 정말 졸업도 간신히 했죠.”
 

 

‘날라리 음대생’ 공연기획에 발 내딛다
‘공연계’와의 인연은 뭘 할지 몰라 방황하던 대학 4학년 때였다. ‘과천한마당축제’ 인턴으로 연극, 마당극 등을 기획했는데, 당시 음대생 아르바이트 레슨과 비교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최저임금’을 받았다. 그럼에도 일이 너무 재밌어 하루 17시간 씩 고된 줄도 모르고 하다 결국 두 달 만에 과로로 쓰러졌다. 화장실을 못 갈 정도로 바쁘게 뛰어다녀 신장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일에 몰입한 시절이었다.

몸은 안 좋아졌지만 ‘아, 이런 일을 해야겠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졸업 후 당시 공연기획사로는 꽤 규모가 있는 ‘메이저’ 회사라 할 수 있는 서울예술기획에 입사, ‘아이스발레’ ‘데이비드 카퍼필드 마술쇼’ 등 대형 이벤트 기획-진행의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다음 직장은 ‘안정적’이라고 주변에서 추천한 국립오페라단이었다.

“신기하게 기자 분들의 추천으로 국립오페라단에 들어가게 됐어요. 마침 사람을 뽑는데 기자 분들이 평소 제가 일하는 걸 좋게 봐주셨는지 저를 적극 추천해주셨고 제게도 ‘안정적인 곳이니까 일하면 좋을 것’이라고 많이들 말씀해 주셨어요.”

국립오페라단에 들어가 마침 공석이 된 홍보담당자의 역할을 하게 됐다. 공연 기획에서 일종의 지원-스태프 업무라 할 수 있는 홍보 일을 본격적으로 맡게 된 것. 이때 공연 홍보 업무를 하게 된 게 결국 창업으로까지 이어졌다.

“국립오페라단에 들어가 열심히 오페라 홍보를 하고 있던 중 제가 홍보한 작품 공연 중에 불이 났어요. 당시엔 엄청나게 이슈가 됐었는데... 한동안 그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질 못했어요. 결국 얼마 뒤 국립오페라단을 나와 좀 쉬면서 빈둥거리려고 했는데 프리랜서로 여기저기 도와드리다가 결국은 이렇게 회사를 차리고 사업자등록증을 내게 됐네요. 처음부터 개인사업자도 아니고 법인사업자로. 하하.”
 

 

공연 사고 트라우마 딛고 창업
PRM은 회사명에도 드러나 있듯 PR회사다. ‘PR’은 ‘홍보’로 대치할 수 없는 더 넓은 개념이지만 쉽게 말해 공연 홍보, 그 중에서도 전문 분야는 언론 홍보인 셈이다. 물론 SNS 등 관련 분야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지만 언론 홍보는 공연PR 중에서도 기본 중에 기본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처음 회사를 창업할 때, 특히 공연 분야에 전문 홍보대행사가 거의 없었어요. 스스로 또 주변에서도 ‘블루오션’이라 생각하고 일을 했어요. 다른 업계도 그렇지만 공연업계에서도 ‘기획이 꽃’이라고 하거든요. 어쩌면 홍보는 참 많이 뒷전이었어요. 근데 먼저 저 자신부터 생각을 바꿨어요. ‘홍보가 꽃이다’라고요. 기획을 아무리 잘해도 홍보를 못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공연 볼 기회를 놓치게 되는 거니까, 처음 창업 때부터 ‘홍보 계획을 꼭 포함해서 기획을 하시라’고 강조를 해요. 처음엔 공감 못하시던 분들이 점점 홍보의 중요성을 알게 되고 홍보를 포함한 기획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기획회의부터 참석하게 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2011년 창업이니까 PRM도 어느새 8년이 넘어 9년차에 접어든 회사가 됐다. 아직 든든한 창립 멤버로 함께 하고 있는 최혜조 실장과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린 이래 현재 직원이 12명으로 늘었다. 강남 선정릉 앞에 위치한 사무실은 늘 분주하게 돌아간다. 변함이 없는 건 회사 냉장고에 늘 술과 음료가 꽉꽉 차 있다는 것. “주로 제가 다 마셔요”하며 김 대표는 활짝 웃는다.
 

 

‘영업 없이’ 8년 유지 비결? “운이 좋았어요”
김도연 대표 역시 창업 후 다른 CEO들이 많이 겪는 어려움을 똑같이 겪었다. “안 망한 게 너무 감사하다”는 그는 “월급날 공포는 다른 CEO들과 같다”며 “창업 후 2, 3년 뒤 불어 닥친 메르스 사태 때 공연이 다 취소되면서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메르스 위기를 거친 후에는 쭉쭉 상승모드, “전 운이 좋아요. 점을 봐도 인복이 많대요”라고 말하며 그 시원스런 미소를 짓는다.

“신기한 건 제가 회사를 경영하는 대표고, 대표들의 역할이 주로 영업을 뛰는 거잖아요. 근데 창업 후 지금까지 이렇다 할 영업을 해본 기억이 없어요. 늘 일이 연결 연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요. 지금도 궁중문화축전, 푸에르자부르타, 스프링페스티벌, 서울국제음악제, 월디페, 스펙트럼페스티벌, 스트라이크뮤직페스티벌 등을 하고 있어요. 정말 복 받은 거 같아요. 한번 인연을 맺은 분들이 계속 일을 주시고 소개도 해주시고요.”

실제로 그의 책상 뒤 사무실 벽에는 부적처럼 ‘뭘 해도 다 잘됨 운까지 따라줌’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물론,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매출이 많이 없었는데도 갑자기 세금을 왕창 맞기도 하고(웃음) 힘든 일이 많아요. 아, 특히 보통 세무나 회계 등의 지식 없이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게 참 힘들더라고요. 저도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는데, 음하하, 제 새로운 재능 하나를 발견했어요. 요즘 세무, 회계 공부하는 게 그렇게 재밌더라고요. 국세청 뉴스레터를 제일 열심히 봐요. 회사 경영하려면 이걸 모르면 안 되더라고요.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세무, 회계에 대해 꼭 공부 많이 하시라고요.”

김도연 대표의 재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워낙 몸 쓰는 거, 운동을 좋아했다는 그는, 몇 년 간 수영을 열심히 해 왔고 최근엔 ‘철인3종장거리수영대회’에서 무려 3.9km 완주를 해 메달도 받았다.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수영을 하고 저녁엔 요가도 한다.

“박태환 선수를 너무 좋아해 7년 전 취미로 시작했는데 일이 커졌어요. 미쳤나봐요. 결국 3.9km 완주하다가 늑막염까지 걸렸어요. 흑흑. 10년은 늙은 거 같아요.”

“공부 많이 해야 해요”
김도연 PRM 대표가 철인3종 장거리수영대회 3.9km 수영완주 기록증을 들고 밝게 웃고 있다. / PRM 제공
클래식 전문 홍보대행사, 혹은 영화/드라마/가요 전문 홍보대행사가 각각 다 있는 가운데 PRM의 입지는 확실히 흥미롭다. 경계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PR회사인 셈이다.

“공연 화재 트라우마 이후, 이제 클래식 안해~라고 선언을 하기도 했었어요. 실제로 그때부터 막 대중음악을 파기도 했고요. 페스티벌이라든가 뮤지션 공연 홍보를 맡으면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그 많은 음악을 다 들어봐야 하잖아요. 공부 정말 많이 해야 돼요. 즐겨 듣진 않아도 솔직히 아직까진 클래식이 더 익숙하긴 해요. 워낙 다양한 분야 일을 하다 보니 회사에도 각각 다 전문가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아무리 승승장구 했다 하지만 고비 고비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면서 김도연 대표는 ‘회사가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늘 대비를 한다고. 수익이 생기면 축적을 많이 해 ‘내가 없어도 직원들 3년 월급은 줄 수 있‘도록 해 놓았다고 수줍게 말한다.

일하며 보람을 느낄 땐 의외로 소박하고 예상가능하다. 공연이 잘 됐을 때, 클라이언트가 돈을 많이 벌었다고 했을 때, 관객이 꽉 찼을 때 가장 좋다고. 아, ‘요즘 한창 재미를 느끼는 세무, 회계 공부 열심히 해서 절세를 했을 때’도 정말 기분이 좋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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